엄청 작은 모자

 

아주 먼 옛날, 엄청 작은 모자가 있었다. 어찌나 작은지 모자들이 볼 때마다 놀려 댔다. 
"너는 코딱지만하구나? 나는 신나게 사냥을 다니는데……." 
사냥꾼 모자가 비웃었다. 
"나는 바다에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며 갈매기를 구경하지." 
뱃사람이 쓰는 모자가 자랑했다. 
"나는 보초를 선다고. 나를 보면 모두 꼼짝 못 해!" 
경찰관 모자가 뽐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청 작은 모자는 그런 소리를 들울 때마다 속이 상하고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나도 찾아보면 무엇인가 할 일이 생길 거야!' 
엄청 작은 모자는 용기를 내서 온 세상을 돌아 보기로 했다. 
세상으로 나아간 엄청 작은 모자는 소방대의 물통이 되어 보려고 했으나 할 수가 없었다. 농사짓는 집의 여물통이 되려고도 했으나 그것도할 수가 없었고, 꽃집 화분이 되어 
보려고도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청 작은 모자는 힘없이 지나가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너도 나처럼 가엾구나! 손가락이 왜 부었니?" 
 "나는 바느질을 해야 하는데 항상 바늘에 찔려. 그래서 바느질을 잘못해서 어른들한테 야단을 맞아." 
 엄청 작은 모자는 퍼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아이를 돕는 일을 하자!' 
엄청 작은 모자는 여자 아이의 아픈 손가락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여자 아이는 신기해했다. 
"네가 내 손가락을 덮으니까 참 멋지다!" 
"그래, 난 네 손가락을 씌워주는 훌륭한 모자가 되겠어." 
"그걸 골무라고 해!" 
골무가 된 엄청 작은 모자는 아무리 바늘에 찔려도 아픈 줄을 몰랐다. 
바느질하는 것을 구경하는 게 재미나고 또 소중한 집안일을 맡은 게 자
랑스러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