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과 등불

 

어떤 나그네가 길을 걷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한 밤이라 코앞을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짚을 만한 막대기도 없었다. 위험한 처지에 놓였지만 그 자리에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풍덩하겠네!" 
나그네가 가 까 스 로 나무 다리 위로 올라섰을 때, 등 뒤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저랑 함께 건넙시다!" 
나그네는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사람은 등불을 들고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나그네는 이제 살았다 싶어서 등불을 든 사람이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그네가 인사를 하자 그 사람은 뜻밖의 말을 했다 
"뭘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무사히 다리를 건넜다. 
"저희 집에 가서 쉬어 가십시오. 여기에서 가깝습니다." 
나그네가 등불을 든 사람에게 권했다. 
등불을 든 사람은 나그네의 집으로 갔다. 그가 의자에 앉을 때 나그네는 깜짝 놀랐다. 장님이었던 것이다. 
 " 앞 을 못 보시면서 왜 밤중에 등불을 들고 다니시나요?" 
 나 그 네가 물었다. 
 " 제 가 등불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저를 위해서인데요. 길을 가다가 쓰러지거나 강물에 빠지면 등불을 본 사람이 달려와서 구해 주겠지요? 또 한 가지는, 밤길을 걷는 분들을 위해서지요. 바로 오늘 밤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오, 정말로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나그네는 장님에게 후한 식사 대접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